내주 은행장들 만나 대책 논의
우리금융 나눠먹기 문화 팽배…
보험사 인수도 신문 보고 알아”
은행권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다음 주 안에 은행장들과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부당대출을 내줬다는 의혹이 불거진 우리은행에 대해선 “조직 내에 ‘끼리끼리 문화’가 팽배해 있는데 개혁의지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투기를 위한 대출은 심사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겠으나, 실수요까지 제약받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조치 발표 이전에 상담 이력이 있다면 대출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최근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잡기 위해 유주택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거나 생활안정자금대출 한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의 조치를 잇따라 발표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권의 유주택자에 대한 (일률적) 대출 제한 조치는 금융 당국과 공감대가 없었던 쪽에 가깝다”며 “(부작용을 감수하고) 급작스럽게 대책을 내게 된 마당에 대책이 효과적이기라도 해야하기 때문에 빠르면 이번 주라도 은행장들과 만나 의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중은행의 조치로 보험·상호금융 등으로 대출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에 대해선 “대비는 해야겠지만 상담·신청 건수 등의 선행 지표는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대출 실수요자들은 ‘10월 말인 잔금일까지 추가 규제가 나와 잔금을 치르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은행마다 대출정책이 달라 알아보기 까다로웠다’는 등의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이 원장은 은행권에 대한 강도 높은 추가 압박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부동산으로 10% 이상의 차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있는데 금리를 0.5~1% 높인다고 가계대출을 잡기는 어렵다”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도 의미있는 정책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은행권의 주담대가 9조5000억원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 원장은 거액의 횡령 및 부당 대출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회장 관련 부적정 대출이 발생했는데 그에 대한 대응방식을 보면 과연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끼리끼리 문화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해있다는 지적을 받는 조직에 개혁의지가 없는 것 같다. 경영진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전 당국과 사전에 의논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인수 사실을 계약 당일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보험사는 은행과 다른 측면이 있어 위험성에 대해 면밀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과연 위험성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걱정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