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성악가 벤야민 아플 첫 내한
“ ‘겨울나그네’는 내면 깊이 내려가는 용감한 여정”
한세예스24문화재단 첫 음악 프로젝트
백수미 이사장 “관객 호응에 놀라...
세계적 음악가 초청해 다양한 가곡 조명”
전설적인 성악가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1925-2012)의 마지막 제자, 바리톤 벤야민 아플이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 오는 5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4 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Winterreise in Summer)'다.
'보리수' 등 클래식 팬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자주 불리는 곡만이 아니라,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D.911 24곡 전곡을 해설과 함께 들려준다. 영국왕립음악원 교수인 피아니스트 사이먼 레퍼도 함께 처음으로 내한한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첫 음악 프로젝트다. 2024년 한세예스24문화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재단의 문화예술사업을 음악 분야까지 확장하는 첫 발걸음이다. 스타 음악가들의 리사이틀이나 오페라를 넘어 훨씬 다채로운 걸작들을 한국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했다.
재단의 선택은 슈베르트·슈만 등 유명 작곡가들의 가곡이다. 백수미 이사장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겨울 나그네'를 첫 곡으로 선택했고, 한 번도 내한하지 않은 새 얼굴을 찾다가 많은 분의 추천으로 아플을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악을 전공한 백 이사장은 앞서 KBS, 아리랑국제방송 등에서 카메라가 곡이 연주될 때 어디를 비춰야 할지 알려주는 '스코어리더'로도 활동한 바 있다.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가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이다. 실연으로 인한 깊은 슬픔과 절망 속에서 방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독일 리트(가곡)의 정수로 불린다. 아플의 말을 빌리면 "시대를 초월해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며 "시와 음악이 결합한 완벽한 형태의 작품",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내려가는 아주 용감한 여정이자, 누가 공연하느냐에 따라 무척 달라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할 때마다 매번 다른 여정이 펼쳐집니다."
이 곡을 들려줄 아플은 디스카우의 후계자이자 '가곡 거장'으로 불리는 독일 성악가다. BBC '뉴 제네레이션 아티스트', 위그모어 홀 '떠오르는 아티스트', 'ECHO 라이징 스타'로 선정됐고 그라모폰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 프랑스의 '오르페 황금음반상'에서 최고의 리트 가수에게 주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아 왔다.
'겨울나그네'와도 인연이 깊다. 2021년 2월 첫 앨범 '겨울나그네(Winterreise)'를 출시했고, 2022년 BBC, 존 브리드컷 감독과 손잡고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 직접 올라 '겨울나그네' 전곡을 부르는 영화 프로젝트 '겨울기행(Winter Journey)'을 선보였다. 걸작에 대한 창의적인 탐구이자 생각을 자극하는 해석을 제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아플은 "한국에 꼭 오고 싶었는데 너무 기쁘다"며 "매우 개방적이고 문화적인 곳에서 독일 레퍼토리 중 최고 걸작들 중 하나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했다.
'왜 당신의 공연을 보러 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아닌 관객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라며 "공연을 보고 난 관객의 30~40%만이라도 '다시 공연을 보러 와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잘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무대에서 표현한 감정이 관객들에게 전달됐다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디스카우를 만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라며 "디스카우는 (음악을) 전달하려 한 게 아니라 창조하려 했던 음악가였다. 작곡가의 생애, 당시의 생각과 감정을 파악하려 했고, 무대에 선 그 순간에 불어넣으려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한편 재단은 지난 8월 계열사 예스24, 스타일24에서 응모 행사를 열어 이번 공연에 일반 관객 300여 명을 초대했다. 예스24, 대표 의류기업 한세엠케이 등과 협업해 앞으로도 세계적 음악가의 공연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백 이사장은 "첫 음악회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는데 예스24의 경우 응모 경쟁률이 100:1을 기록할 정도로 예상보다 관객들이 호응했다"며 "내년엔 국내에 많이 알려진 거장의 섭외를 고려 중이다. 사회 공헌과 기업 문화마케팅 간 균형을 잘 맞춰서, 재단의 성격에 맞는 더 발전된 행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